박근혜 "3년 반 고생했는데 더럽게 만들어"

"최순실에게 속은 내 자신이 참담", "이재용 청탁 들어준 적 없다"
기사입력 2017.05.2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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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때 "(재임) 3년 반을 고생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검찰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드느냐"며 강력 반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24일 박 전 대통령의 검찰진술조서를 입수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뇌물 수수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내가 왜 삼성 승계 문제에 관심 갖겠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최순실, 정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과 나의 관계를 완전히 소설처럼 얘기한 것"이라며 "최순실이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나에게 (승마 지원을 부탁하는) 말을 할 수 없다. 제가 최순실을 위해 무언가를 한 적이 없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탁을 들어준 것도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왜 특정기업(삼성)의 승계 문제에 관심을 갖겠느냐"며 "최순실과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삼성이 그렇게 돈을 보내준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도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독대때 승마 지원이 늦어지는 점을 거론하면서 질책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어이가 없다. 제가 어떻게 질책을 합니까"라며 "제가 제의를 해서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았는데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내가 대가로 돈 받았다면 몰래 받아야지 왜 재단에 돈 내라 했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제가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몰래 받는 것이 상식에 맞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0월쯤 재단 설립을 위해 청와대에서 매일 회의가 열렸다는 것을 사건이 터진 후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말렸을 것"이라며 "안종범 수석이 그렇게 기를 쓰고 (재단을) 만드는 게 충성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5년에) 단 며칠 사이에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전경련 등을) 독촉했다면 재단에 출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압박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역대 정권에서 일부 기업이 정부에 의해서 공중분해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국회의원 시절부터 기업에 부담을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돈을 받으려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15년 7월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한 이후 안 전 수석에게 '기업당 30억원 정도 후원금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에 대해 "제가 2015년 7월에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했다면 상당히 중요한 지시를 한 것인데, 그때 바로 진행이 안 되고 10월에 재단이 만들어진 것만 봐도 제가 7월에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되는 것 아닌가"라고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운영할 목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굳이 제가 재단씩이나 운영하면서 노후나 퇴임 후를 대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기업들이 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는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기업들에게 사과했다.

"최순실에 속은 내 자신이 참담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나서는 사람이 아니어서 비선(秘線)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저의 말이 국민에게 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어주는 데 감각이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딸) 정유라는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 본 사실도 없다"며 "정유라가 승마 선수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고, 이름도 정유연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을 최씨가 관리하고 매매계약도 체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고용한 오래된 사저 관리인이 (따로) 있었다"며 "그 사람들에게 월급도 제가 지불했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최씨 모친인) 임선이씨가 나를 대신해 (삼성동 자택)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수는 있지만 돈은 그전에 살던 서울 장충동 집을 팔아서 마련한 것"이라며 "(최씨가 챙겼던) 의상도 비용은 모두 내가 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이권 개입에 대해선 "(최순실에게) 속은 저 자신이 참담하다"며 "최순실이 왜 저를 이렇게 속였는지 모르겠다. 제가 속은 것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정부 비밀문서를 유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정호성이 그렇게 다량의 문건을 최순실에게 보낸 것을 알지 못했고,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사가 '최씨의 지시를 정 전 비서관이 거부하지 못한 이유를 아느냐'고 묻자 "정호성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지 최순실이 정호성의 보스입니까"라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서로 친한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 질문엔 "관저에서 조금 편하게 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선 "피곤이 쌓여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침 당일 특별한 일정이 없어 관저에서 조금 편하게 일했습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관저에서도 집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고려해 업무 장소를 바꾼 것뿐"이라며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참사 당일 관저에 누가 출입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상근 경호관과 행정관이 있었고, 미용실 관계자만 출입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차명폰' 사용에 대해서는 "비서에게 전화를 맡겨 놓고 쓰기 때문에 나는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비서가 '보안폰'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보안폰과 차명폰의 차이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최씨와는 주로 의상 문제로 통화했고, 다른 사적인 심부름 때문에 했다"고 했다.

"종북친북단체가 문화예술 빙자해 국민 현혹하는 것 막아야"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선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은 기억이 없고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이뤄진 이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면서도 "내 평소 신념은 종북·친북 단체들이 문화예술을 빙자해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고교 은사의 민원을 받고 보수 문예지(紙)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항상 우리나라 문화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소위 좌파로 분류된 사람은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현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은사로부터 민원을 받고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views&news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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