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칼럼) 사기꾼의 등을 탄 부동산

기사입력 2017.10.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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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38만 가구가 넘어 그야말로 입주 잔치가 벌어질 판이다. 술 먹는 곳은 술판이요. 노름하는 곳은 도박판이요, 입주하는 곳은 입주 판일진대, 살던 아파트가 안 팔려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살던 아파트가 안 팔리는 이유는 모두들 새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 번 들어가면 재건축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행여 빚 많이 얻어 집사지 마시라. 집이 열 채면 빚은 20억이 된다.
 
추석 연휴 열흘 동안 비행기 원 없이 타본 사람도 있겠지만, 구들장 짊어지고 허리가 늘어지도록 잠만 잔 사람도 있다. 추석 보너스 두둑이 준 회사도 있지만, 정해진 월급을 못주고 도망한 기업체도 있다고 하더라.
 
세상은 언제나 고르지 못하다. 돈 빌려 달라는 사람의 눈에는 돈만 빌리면 꼭 성공할 것처럼 생각되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눈에는 돈을 빌려줘도 망하는 것만 눈에 보이는 법이다. 당신도 내가 아파트 사면 꼭 내릴 것처럼 생각되고, 내가 아파트 팔면 꼭 값이 오를 것처럼 생각되시겠지.
 
땅 사면 꼭 사기 당할 것 같고, 상가 사면 꼭 월세 못 받을 것 같지? 부동산투자는 믿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은 내일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오늘을 믿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부정을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 성공은 따르지 않는다.
 
1-2년 전부터 부동산시장은 길어지는 수명 따라 노후준비로 변해가고 있다. 젊은 층은 새 아파트로 가고, 나이 든 층은 기존아파트나 재건축시장을 찾는다. 젊어서 고생 좀 했더라도 노후가 편안하면 성공한 사람이요, 젊었을 때 방귀깨나 뀌었다 하더라도 늙어서 가난하면 헛일 아니던가.
 
늙어서 돈 없으면 서울공대로 가야하고, 늙어서 몸 약하면 동경대로 가야하고, 교통비도 없으면 전국대로 가야한다.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 가면 서울공대요, 동네 경로당에 가면 동경대요, 전철이나 국철 타고 왔다 갔다 소일하면 전국대학교 학생이다. 자가용 타고 사무실 나가는 자사고생이 되자.
 
나이 들어 서울공대나 동경대에 가지 않도록 눈 부릅뜨고 재테크할 일이다. 돈이 차고 넘치도록 재테크하면 좋겠지만, 그리는 못하더라도 반쪽 재테크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보통사람들은 절반을 좋아하더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반~ 일단 절반부터 이뤄놓는 게 좋다.
 
‘화발반개(花發反開)’요, ‘주음미취(酒飮微醉)’라 했다. 꽃은 반쯤 핀 봉오리가 아름답고, 술은 살짝 취해야 아름답다는 뜻이다. 당신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다. 우선 할 수 있는 절반짜리부터라도 하자. 이제부터 당신의 목표는 절반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애를 쓰며 지혜로운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부동산 재테크도 한 번에 욕심 부리지 말고, 1억짜리 땅일지라도 지금 사는 게 옳다.
 
인생에서 내일은 허망한 것이지만, 팔자를 바꾸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동산값이 내린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원히 내리는 게 있던가? 세월에 속지 않은 사람 있거든 나와 보시라. 지금도 당신과 필자는 속고 있음이 사실이다.
 
세월은 사기꾼이다. 부동산과 인생은 지금 사기꾼의 등을 타고 멀고도 가까운 길을 가고 있다. 사기꾼은 거짓말을 잘 하기 때문에 10년 후에 부동산값이 어찌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5억짜리 집이 10억쯤 돼있을 것이고, 지금 5억짜리 땅이 20억쯤 돼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요즘 골목부동산 중개업소는 할 일이 없어 중신애비 노릇도 한단다. 필자가 운영하는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카페와 ‘부동산힐링캠프 중개사무소’는 전국적으로 땅을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도 많지만, 일이 바빠 중매할 시간도 없고 그런 일을 부탁하는 손님도 없다.
 
그런데 어제는 처녀 한 사람도 중매매물로 나왔고, 총각 한 사람도 중매매물로 나왔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모든 부동산재테크상담은 무료다. 따라서 중매도 무료다. 단골고객이고 집안 사정이나 처녀총각에 대한 인품도 잘 알고 있기에 해주겠다고 장담은 했다.
 
그러나 고객을 보내놓고 나니 속이 터진다. 필자의 집에도 40된 총각과 처녀가 있다. 이것들은 아예 가려고 생각을 않고 있다. 내 자녀도 마음대로 못하는 주제에 내가 뉘 중매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직장에 잘 다니고 돈을 잘 벌어도 필자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말이다.
 
추석 명절 때도 온 가족이 모여 제발 ‘좀 가달라’고 사정을 해도 듣는 채, 마는 채다. 당신의 집에도 이런 자녀들 있으시겠지? 썩어 문드러지는 부모마음 필자가 잘 안다. 당신 집에 그런 아들딸 있거든 제발 맞바꾸자. 뭐, 인생 별거 있던가. 그냥 짝 맞춰 살면 되지.
 
죽도록 고생해서 높은 학교 보내고 유학시켜 놓으니 눈만 높아져서 장래를 읽지 못함은 절반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치다. 부동산도 좋은 것만 찾아 고르고 고르다 이것저것 다 놓칠 수 있다. 세월이라는 사기꾼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세월은 반성할 줄도 모르는 사기꾼이다.
 
글쓴이 : 윤 정 웅(도안뉴스 고정 칼럼리스트)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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