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집과 살고 싶은 집의 괴리, 해법을 찾아라

기사입력 2017.11.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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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살 집은 주택이든 아파트이든 가능하면 사라고 권한다. 상승하는 집세와 집주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집의 가치를 이같이 말한다. 주식전문가인 그가 부동산을 폄훼하지 않고 친화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뜻밖이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 두 채의 아파트, 또 한 곳에 별장,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집 한 채를 보유했다. 그는 파리에 있는 아파트 한 채만 세를 놓고 나머지 세 채는 돌아가면서 살았다. 코스톨라니는 집 부자였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거주용 주택과 투자용 주택, 전원주택(별장)을 두루 보유한 셈이다.
 
갑부라 보유한 집이 많으니 필요에 따라 골라 이용하면 되지만 자금사정이 빤한 일반인은 그림의 떡이다. 대체로 일반인들은 사는 집 한 채가 고작이다. 사는 집과 살고 싶거나 갖고 싶은 집을 놓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전원인가 도심인가

조지장식 필택기림(鳥之將息 必擇其林)이라는 옛말이 있다. 새 조차 쉬려 할 때 반드시 숲을 고른다는 말이다. 미물인 새도 쉬는 곳을 가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죽하랴. 노후 들어 주거지 선택은 중대차한 문제이다. 유럽에서는 “은퇴설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난다”고 할 정도로 주거계획은 노후설계의 핵심이다.
 
은퇴를 하거나 나이가 들면 생활범위가 집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흔히 70대는 70%, 80대는 80%의 삶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노후의 주거문제는 조급증보다는 여유를 갖고 자신의 상황에 알맞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요모조모 잘 따져보지 않고 성급하게 움직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후의 삶은 전원이 좋을까, 도심이 좋을까.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에 사는 이병국(가명,59)씨. 은퇴후 미세먼지 없는, 공기 좋고 조용한 강원도 일대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지만 막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그는 전원주택 부지를 고르기 위해 홍천과 춘천 일대를 다녀왔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만 보고 탈(脫)서울을 감행하는 게 옳은 지 회의감이 생긴다.
 
'평생을 대도시에서 부대낀 내가 한적한 시골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 내 자신이 이미 도시생활의 편리성에 중독돼 있는 게 아닐까.' 더욱이 아내의 시큰둥한 반응도 이씨의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아파트 부녀회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사교적인 성격의 아내는 목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다. 이씨는 "전원행은 내 행복을 위해 아내의 행복을 빼았는 게 아닌 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중간 절충 방안도 고려

누구나 바쁜 도심을 떠나 평온한 전원의 삶을 즐기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냉엄한 현실 앞에 갈등이 깊어진다. 설문조사를 하면 나이 들어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응답은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한 연구자가 1000명을 대상으로 어디에 가서 살까하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6명이 ‘시골 또는 교외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언덕위의 하얀 집’에 살기 위해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애와 결혼생활이 다르듯이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전원 거주 의향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답답한 현실의 탈출구로서 전원생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즉 전원생활의 꿈은 정글 같은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은 욕구, 콘크리트 도시에서 탈출해 풀벌레 소리 나는 목가적인 생활을 그리는 원초적인 소망들이 함축되어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삶의 여유를 상징하는 전원생활은 인생의 로망이자 현대판 무릉도원 찾기인지 모른다.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설문조사의 응답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전원의 꿈은 과대 계상되어 있는 셈이다.
현재 베이비부머는 이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는데다 앞으로 5~10년 뒤면 병원을 자주 이용해야한다. 이런 문제로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전원행 결심을 선뜻 하지 못한다. 은퇴가 늦어지면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심을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일까. 오히려 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이나 교외지역을 선택하는 비율은 은퇴이후 연령집단이 아니라 35~44세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젊은 층의 전원행은 자녀들의 아토피 치유나 대안학교 교육 등의 목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도심과 전원 간 양자택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중간 절충방안을 찾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예컨대 대도시 안의 전원마을이나 전원형 아파트, 혹은 대도시 인근의 신도시에 거주지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런 곳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불편함이 없는데다 거주지 이동에 따른 문화적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들은 태어나 한 번도 대도시를 벗어나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현실적인 노후 거주지가 아닐까 싶다.

투자와 거주의 분리도 대안이다

은퇴 후 서울 강북 도심의 33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던 1가구 1주택자 김진형(가명,64)씨는 최근 수도권에 작은 새 아파트 전세를 구해 이사 왔다. 이렇다 할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굳이 비싼 아파트를 깔고 사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신 강북 도심의 아파트는 팔지 않고 반전세로 임대를 줬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는 산자락 아래 위치한 곳으로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 좋아 만족하고 있다. 김씨는 “임대수익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어 집 옮기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저렴한 곳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인기지역에 월세 놓기’는 집을 통한 노후 주거 재설계의 한 방편이다. 1주택자로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주거비도 아끼고 임대소득도 챙기는 일석삼조 전략이다.
김씨처럼 노후에서 거주와 투자를 분리하는 방법은 나름대로 괜찮은 대안이다. 다만 거주지는 내 취향대로 선택하더라도 투자는 임대 놓기가 수월한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도심’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오가는 곳,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이 대표적인 도심지역 부동산인 것 같다. 전원행을 결심하더라도 도심의 부동산은 두고 가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대가 잘 나가는 곳은 젊은이들의 통근이 수월한 직주 근접형 역세권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한국 특유의 야근문화 때문인 것 같다. 오죽하면 서울의 화려한 야경은 샐러리맨들의 고혈을 짜서 밝힌 불빛이라는 말이 있을까. 아직도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많은 샐러리맨에게는 집 가까운 게 최대 복지다. 이러다보니 결국 주거지도 어쩔 수 없이 도심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 공기가 약간 나쁜 곳은 임대를 놓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어쨌든 투자와 거주의 분리는 아직도 전원과 도심을 고민하는 ‘햄릿형 은퇴자’들에게는 절충 방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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